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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정의|신이 다 돌볼 수 없어 우리가 서로 돌보게 된 나라라이프 2025. 5. 19. 00:29
.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말해야만 아는 사이 – 가족*
주말이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랍니다.대청소도 해야하고, 냉장고도 정리해야 하고,
분리수거할 재활용품도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몸을 바삐 움직이다 보면, 거슬리는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나만 이 집에 살아?'
“아, 자기가 쓴 컵은 설거지통에라도 넣지…"
“나가는 길에 분리수거 봉투 좀 챙겨 나가면 안 될까…”
게다가 "치약 떨어졌는데? 안사다놨어?"
타박까지 이어지면,
"아니, 사다놓는 사람이랑 쓰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어?"
은근히 약도 오릅니다.
말로 꺼내기엔 사소하고,
마음속엔 오래 남는 일들.
그럴 때 한 편의 시가
나 대신 감정을 꺼내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림태주 시인의 시 <가족의 정의> 중에서
1.욕실 헤어드라이어의 줄이 꼬여 있을 때
플러그를 빼 풀어두는 것.
2.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더라도 밥그릇에 남은 밥풀이
말라 달라붙지 않도록 물을 채워 개수대에 놓아두는 것.
머리를 감고 수건을 머리에 말아 두르고 나올 때
수건 걸이에 새 수건을 꺼내 걸어두고 나오는 것.
변기 옆 두루마리 화장지도 이하 동문.
3.화장실 쓰레기통의 휴지가 만삭으로 부풀어 있을 때
여보와 엄마와 하숙집 아줌마를 찾기 전에 비닐봉지를 먼저 찾는 것.
4.비록 세탁기를 돌릴 줄 모르더라도 벗어놓은 양말과 바지가
세탁바구니 안에 얌전히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것들이 제멋대로 뒤집힌 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
5. 욕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빠져나간 머리카락을 원망하기보다
수챗 구멍에 쌓여 있는 머리카락을 쓸어 담아
고인 비눗물이 원망 없이 잘 빠져나가게 해주는 것.
6.누군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텔레비전 연속극 소리나
음악 소리가 거실을 뛰어다니지 않게 죽여주고
방문이 쿵쾅거리며 닫히지 않도록 해주는 것.
7.퇴근 무렵 엄마를 찾는 아빠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
저녁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다고 센스 있게 답하고,
아직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은 엄마의 동창회를 보호해주는 것.
8.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져 놓고 간 옷가지들이
저녁이면 옷걸이 위에 가지런히 올라가 있거나
얌전히 옷장 속에 들어가 있는 이유가 신데렐라가 하는 짓이 아니라는 것.
9.철들지 않은 나 때문에 엄마 몸에서 빠져나가는 철분이
저 흩어진 옷들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아는 것.
10.누군가의 식사량이나 웃음의 양이 줄어들 때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것,
그것들이 줄어든 만큼 근심과 우울과 외로움의 양이 늘지 않도록
마음의 저울 눈금을 세심히 살피는 것.
11.서로 할퀴고 물어뜯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주 앉아 밥을 나누고
서로의 상처에 후시딘을 바르고 1회용 밴드를 붙여줄 줄 아는 것.
12.빗소리 뒤에 숨어서 한숨을 내쉬는 엄마가 보이거나
자주 창밖의 석양을 내다보는 아빠의 등이 보일 때,
그들의 인생을 파먹으며 내가 살아왔다는 걸 고요히 생각해보는 것.
13.신이 용서하지 않는 죄일지라도 언제나 용서받는 곳,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말일지라도
기꺼이 들어주고 편들어주는 곳.
14. '우리'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곳,
우리가 우리와 이웃을 맺고 어우러져 사는 곳,
나를 넘어 너에게로 가는 길이 시작된 곳.
15.신이 다 돌볼 수 없어 서로를 돌보게 만든 가장 작은 지상의 나라.
사랑의 감옥.딸에게 서운한 날, 나는 생각합니다.
왜 화장실의 냄새나는 휴지통은 나만 비우고,
골절로 아직 자유롭지 않은 팔로 요리를 해야하며,
컵을 치우고,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리고,
비눗물을 헹구며 하루를 보내다가
“가족이란 원래 이런 건가”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 봅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쯤은 ‘비닐봉지를 찾는 사람’이
‘사다 놓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싶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게 가족이지만,
사실은 말해야만 아는 게 가족이기도 하니까요.그래서 오늘은, 딸아이에게 조용히 이 시를 건네볼까 합니다.
"이 시 읽어봐. 엄마가 요즘 자주 생각나는 구절이야."
그 말 한 줄로,
내 마음이 전해질 수 있을까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당연히 여기지 않기.
비닐봉지를 먼저 사다 놓는 사람이
너무 외롭지 않게, 잊히지 않게.
그게 우리가 서로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는 이유 아닐까요?반응형'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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